명량 (2014)

8.3
감독
김한민
출연
최민식, 류승룡, 조진웅, 김명곤, 진구
정보
액션, 드라마 | 한국 | 128 분 | 2014-07-30
글쓴이 평점  


명량을 보고 왔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긴장감이 있으면서도 지루한감이 없지않아 있었다. 전반부에는 이순신과 조선이 처한 현실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며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놓치지 않고자 하는 것이 보인다. 결과적으로 이런 구성은 관람자의 집중도를 파편화시키게 되었다. 무엇보다 영화에서는 이순신에 대해서 무슨일이든 이뤄내는 영웅이 아닌 인간이라는 것을 설명하고자 했고, 그 결과 이순신의 업적은 더 신성시되며 신화화된다. 이순신의 명언들을 보란듯이 보여주는 영화는 마치 성웅에 대해서 교육받은(그것이 의무였든 아니었든) 우리에게 그것을 다시 확인하게 하는 시간으로 생각되게 한다. 영화에서 12척의 판옥선과 1척의 거북선(구선)이 남아있다. 하지만 내부배신자에 의해 거북선이 불타게 된다. 이 거북선이 불타는 것은 영화 후반부의 전투신보다도 더 애절하고 거대한 장면으로 다가온다. 그 이유는 이 거북선이 이른바 배수의 진을 친 이순신과 수군의 마지막 희망이었기 때문이다. 입으로 불(화포)를 뿜어야 할 그들의 거북선은 아이러니하게도 불타서 한 줌의 재로 사그라든다. 이 과정은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이들이 처한 현실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주었다. 배우 최민식의 연기는 흠잡을데 없이 매끄럽다. 그가 인터뷰에서 말한듯이 이순신이라면 어떻게 생각했을지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을 한 것 같이 느껴진다. 물론 이 영화라는 매체는 허구지만 그것을 마치 진짜처럼 느끼게 하는 것은 또다른 지점이기 때문에 연기자의 힘이 필요하다 생각된다. 그 점에서 최민식은 이순신의 연기를 '불멸의 이순신'의 김명민과는 또 다른 지점으로 '완성'시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후반부의 전투씬은 너무나도 스펙타클하다. 포탄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배를 부수며 바다를 이용해 이순신의 지략을 한 껏 펼치기도 한다. 이런 모든 스펙터클한 장면들은 현대의 우리가 상상한 것이다. 아무리 우리가 고증을 철저히 한다고 한들 이를 부정할 수 없으며 우리의 시점으로 재해석한 영화라는 것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마치 영화에서 나온 해전이 과거에도 실제로 격렬하게 일어났을까에 대한 믿음은 옳지 않다. 그 당시에 해전이 영화에서보다 격렬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영화에서 처럼 포탄이 터지고 배가 부서지는 장면마저 아름답게(여기서 아름답게란 평소의 의미가 아닌 영화를 촬영함에 있어서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촬영법이나 구도의 사용에 의한 것을 말한다.)느끼게 한다. 또한 영화는 슬로우 모션으로 진행되는 부분이 많다. 게다가 이 슬로우 모션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보는이를 답답하게 만들정도다. 명량에서는 자꾸만 강조하는 것들이 몇가지 있다. 백성에 대한 이순신의 '충', 그리고 12척만이 남은 배. 이 두가지 이다. 이를 적당히 포장하고 풀어준다면 더욱 효과적으로 다가 올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꾸만 반복되는 말은 지루하게 만드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허나 영화가 분명히 이순신이라는 우리의 머리속에 내재된 성웅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최민식의 연기와 스펙터클은 서로 맞물려 그것을 잘 보여준다. 영화적인 표현으로서의 스펙터클은 이를 성공했지만. 한 편으로는 너무나 현대적인 면모만을 보여주어 우리를 그 스펙터클에 너무 빠져들게 만들기도 한다. 영화를 볼 때 특히나 역사를 다룬 영화를 볼 때에는 그것이 '허구'에 속한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여야 할 것이다. 



P.s 


나는 배 위에서 싸우는 수군의 고충도 인지했지만 그것은 항상 생각하던 것이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배의 노를 젓는 이들의 사투는 얼마나 힘들었을까?였다. 항상 두루두루 보지 못하고 한 쪽만 쳐다보게 되버리는 나의 시각에 대해서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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