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가상의 세계


썸머워즈는 오즈라는 가상 데이터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인간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그것에 대한 의존도가 심각해졌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런 소재는 많은 영화에서 답습되어져 왔다. 먼저 할리우드의 영화로 인공지능이 기계를 지배해 인간을 지배하는 터미네이터, 그리고 로봇(하지만 인공지능의 측면이 보인다.)의 법칙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 A.I가 있다. 이런 영화들의 특징은 무겁고 사뭇 진지한 태도로 임한다는 것이다. 즉, 디스토피아라는 측면을 강조하기 위한 배경, 인물 설정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썸머워즈는 무겁고 진지하기보다 해학적이고 가볍다. 이런 가벼운 특징들은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와 네트워크 디스토피아가 만났을 때 생기는 장점이기도 하며, 단점이기도 할 것이다.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인간관계에서 조금 더 가볍게 표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애니메이션을 보는 우리를 경직된 태도로 마주하게 하지 않는다.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가 가지는 일반적인 특징은 그렇기도 하다. 물론 일반적인 특징이라고 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편견을 만들 위험도 있다. 무조건 가볍고 행복한 세상만을 그리는 애니메이션을 답습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처럼 애니메이션과 만난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썸머워즈는 나름대로의 방법을 통해서 풀어나간다.


썸머워즈가 애니메이션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사이버세상의 형태를 아담하고 심플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네트워크라고 하면 매트릭스에서 나타나는 숫자의 연속과도 같이 우리는 복잡한 형태를 상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이를 가볍게 보이는 이미지로 제작함으로써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감을 완화시킨다. 또한 주인공들의 행동과 성격은 개연성 없이 보일 수 있는 클리셰를 불편하지 않게 만들기도 한다. 수학 올림피아 국가대표가 될수 있는 정도의 연산실력을 가진 남자주인공은 애니메이션 안에서 연상되는 가상, 데이터, 연산이라는 부분을 해결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단번에 파악 할 수 있다. 그러나 찌질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일침을 가해 역할이 급부상되는 전형적인 찌질 한 주인공 역할이라는 것에는 다소 진부함을 느끼게 되었다. 여자 주인공은 후배를 할머니를 위해서 가짜 남자친구로 위장하는데 이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척 하다 진짜 연애를 하게 되는 상황인지라 쉽게 결말이 예상되는 부분이 있었다. 또 집안사람들은 가문이라는 전통적인 요소로 점쳐지는 왜색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것을 보는 한국인인 나로서는 중간 중간 등장하는 한글은 이를 무마시키려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물론 이런 작품에 역사적 부분에 대한 반성과 성찰까지 이루어지리라고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썸머워즈에 나타난 내용들에 대해서 무조건적으로 일본에 대한 반성을 요구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이것은 아주 민감한 문제이기도 한데,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와 벗어나게 될 것 같다.


애니메이션의 전개는 연산과, 격투, 화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를 각각 대변하는 캐릭터가 뚜렷하게 존재하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연산적 문제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격투에서는 카즈마, 화투에서는 여자 주인공이 등장하기 때문인데, 문제는 이 세 가지의 개연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은 이 애니메이션이 슈퍼히어로물과 비슷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은 약간은 변형된 일본적 슈퍼히어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러브머신은 슈퍼빌런으로 보이기까지 한다.(영화 속에서 비판의 대상은 이를 함부로 다룬 미군이 되지만.) 또한, 감독인 호소다 마모루의 디지몬 어드벤처 극장판이었던, '우리들의 워게임'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스토리, 연출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스토리에서 디지몬의 디지털세계와 썸머워즈의 오즈속 세계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것은 디지몬이 현실에 미치는 영향이 그다지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지만, 썸머워즈에서는 그보다는 현실성이 있게 보인다. 또 그것을 감각적인 화면전환으로 보여준다. 네트워크 시스템을 곤란하게 만들게 되고 이는 이에 무조건적으로 안주하게 된 인간에 대한 경각심일지도 모른다. 현대사회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버린 인간들에게 그 가상의 세계가 영향을 주지 않던 전통적인 공간(영화 속의 주인공이 지내는 곳)이 가상세계에 위협받는 것은 마치 오래된 것을 새로운 것이 파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특징들은 우리에게 현실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 만드는 작용을 하게 된다. A.I와 편리한 디지털에 의존하는 것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다른 모든 것에 대한 의미로 확장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썸머워즈같은 애니메이션에 대한 의견은 대부분 과학적인 설정 오류에 대해서 문제점을 제기하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나는 이 애니메이션이 이야기하고 있는 사이버 세상에 대한 인간의 무조건적인 의존도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다. 영화 안에서 가장 인상적인 말들은 오즈의 계정권한이 곧 인간의 권한과도 같다고 하는 것이었다. 이는 지금의 우리의 인터넷 아이디라는 원본 없는 복제인 시뮬라크르 속으로 들어가는 열쇠가 누군가에 의해서 쉽게 열리고 부서지거나 공개된다는 것에 안심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적어도 이 애니메이션은 가볍다. 쉽게 진행되고 웃기게 또한 설정들도 너무나도 허황되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 애니메이션이 전달하려는 주제가 우리가 영상을 마주할 때 생기는 가상세계와의 거리감, 긴장감의 벽을 허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이런 가벼운 표현이 이루어진 영화가 다음에 진지한 담론, 이야기를 보았을 때 그것의 의미를 더 잘 받아들이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우려는 단순히 이 애니메이션이 말하는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버리는 스토리에서 쉽게 잊힐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진지하게 볼 필요는 없다. 영상을 마주할 때는 더욱이나 우리는 감성적으로 그것을 바라볼 수도, 논리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영상을 보고났을 때 단순한 재미있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내 삶에서 근원적으로 교훈이 될 수 있는 내용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썸머워즈는 가벼운 해학성으로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게 된다. 이것은 너무나도 공명이 적어 금방 흩어져버릴지도 모른다. 이 공명을 증폭하기 위해서 우리는 영화가 재고하는 교훈에 대해서 어쩌면 한번은 생각해보아야하지 않을까? 


by. 그냥 글쓰는 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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