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력을 피워오르게


 만드는 테이프의 유기적 색채


조윤진 작가







Matilda-54x39cm-tape on board-2014



테이프라는 사물은 어떠한 존재일까? 그것은 쉽게 말하자면 물질문명의 소산물이다. 쉽게 어떤 예술적 가치를 발견하기 힘든 것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공업품을 담는 박스를 완성할 때 붙이거나, 찢어진 혹은 떨어진 두 가지를 하나로 묶는 데 사용되기 때문이다. 무엇인가에 붙여지는 이 테이프는 치료의 기능을 가지며, 어떻게 보자면 강제로 움직이게 묶어버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것은 찢어진 두 개를 이어 하나로 합쳐내 새로운 생명력을 만들어낸다. 물론 그 대상들은 무생물일지라도. 그것들이 홀로서 못하는 일을 가능케 해주는 것이다. 그렇다. 붙이는 것은 생명을 담는 행위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떨어진 두 사물을 붙인다는 관점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멈춰버린다. 두 사물이 나눠어있지 않다면 혹은 붙일 이유가 없다면 테이프는 그 존재가치를 상실하고 우리의 방 한 쪽에 내팽개쳐진다. 하지만 이 테이프를 꺼내어 예술작품의 소재로 사용한 작가가 있다. 이런 시도는 많이 이루어져 있지만 오늘 이야기할 '조윤진'작가의 작업은 조금 특별하다. 그녀는 이미 페이스북에서는 많은 사람의 좋아요를 불러일으킨 작가이다. 그녀의 작업이 이토록 사람들에게 어떤 감성을 울리게 한 특징은 도대체 무엇일까? 우리는 그녀의 작업을 테이핑 아트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녀의 테이프 아트의 시작은 물감을 대신할 소재를 찾다가 재미있을 것 같아 시작했다고 한다. 사실 그녀의 작업이 보여주는 생명력보다 재미있어서 테이프로 회화를 만들었다는 것은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작업은 왠지 모르게 즐거워 보인다. 그것은 그녀 스스로 좋아하고 동경하는 인물들을 그려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마치 앤디 워홀이 만들어냈던 유명인의 회화와 같은 느낌이 들지 모른다.



Robert Downey Jr. 54x78 cm tape on board 2014


- 유기적으로 작용하는 테이프의 색채


그녀의 작업은 드로잉한 윤곽에 테이프를 붙이는 것으로 시작된다. 자신이 원하는 색을 배치하고 그것을 붙이는 그녀의 작업은 단순히 그려내는 회화와는 단연 차이를 보인다. 그것은 완전한 구상회화 이상으로 볼 수 있다. 분명 유명인의 인물을 그려내는 작가이지만 그 작업은 그 유명인의 스타성과는 별개로 완전한 새로운 것을 창조해낸다. 그건 바로 '생명력을 가지는 유기적인 색채'이다. 확실히 그녀의 작업에 나타나는 색은 혼돈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로 붙어 전체로 완성되었을 때 새로운 생명력을 지니게 된다. 그것은 스테인드글라스가 보여주는 경계의 느낌과는 전혀 다른데, 테이프들이 서로를 유기적 색채로 변모시킨다. 이는 서로서로 색을 보강해주는 것이다. 테이프보다 물감은 더 자유롭게 화면에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붓질의 덧칠이나 번지게하는 것을 이용한 색채의 변모와는 또 다른 것이 테이프 회화에서 느껴진다. 조윤진의 회화는 붙임으로서 색채를 제공시킨다. 그녀 스스로 테이프로 작업하는 것은 붓보다 자유롭지 못하다고 하지만 표현된 화면은 어디론가 튀어 나갈 듯한 자유롭고 새로운 생명력이 느껴진다. 그녀의 색감은 대단히 팝적이게 보인다. 네오팝의 전형으로 읽히는 플랫함과 밝은 색감은 그녀의 테이프 회화도 가지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들과 다르게 테이프를 붙인다는 행위로 탄생한 작업은 단순히 팝 아트의 범주에 넣기가 힘들어진다.





Andy Warhol(5) 54.0x78.0 cm  tape on panel 2014



- 테이프의 기하학적, 차가운 물성을 뒤바꾸다.


어떻게 보면 테이프는 기하학적 모양을 가장 잘 만드는 존재가 될지 모른다. 그것은 그 자체로 네모나기 때문이다. 또 그것이 물질문명에서 사용되는 공업 생산품이기에 차가운 느낌을 준다. 하지만 조윤진 작가의 테이핑 아트는 마치 정열적인 생명의 태동 같다고 말할 수 있다. 야수파의 원색 주의와는 다르게 거칠지 않지만 젊고 섹시한 그녀의 색채는 흔적으로서 개성을 가진다. 붓질의 회화가 그 면적으로부터 캔버스 위에 물감을 덧올린다면 테이프는 그 자체로 화면과 달라붙어 완성된다. 애초에 접착제가 발려진 이 물질은 화면에 붙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그녀는 그것을 원하는 대로 조절하여 색감을 붙여낸다. 이런 특징 때문에 테이프라는 물질이 가지는 속성을 어떤 두 가지를 잇는 것을 넘어 하나의 유기적 관계를 맺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그녀의 회화는 단순히 테이프를 가지고 하는 예술이 나타내지 못하는 지점이라고 생각된다. 


해외의 테이핑 회화를 만드는 작가들의 경우에는 색채를 최소화한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나 막스 존스 같은 경우에는 테이프작품이 전형적인 박스테이프를 통한 세피아 톤으로 나타난다. 이는 마치 구시대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반면 조윤진의 테이핑 회화는 계속해서 말하는 유기적 관계를 나타내기 때문에 테이프가 서로 하나가 되는 것과 같다. 그것은 어떤 조건이나 규칙 따위는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오로지 관객의 시각에 호소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스타일의 그림은 쉽게 데이터의 허상으로 창조해내는 자들이 있다. 그것은 비슷해 보일지라도 실제로 존재하는 그녀의 작품의 표면에 달라붙어 하나가 된 테이프와 가상의 색 조합은 비교 대상이 되기 어려워 보인다. 테이프라는 물질주의, 자본주의의 찌꺼기는 대상이 무너지지 않게 한다. 테이프는 단순히 무엇과 무엇을 접합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그것은 생명력을 창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Marilyn Monroe 65.0x53.0 cm tape on panel 2014


진화하는 테이핑 회화 앞으로의 방향이 궁금하다. 


그녀의 작업은 현재진행형이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렇다. 그 자체로 완전해 보일지 모르는 작업도 어떤 방향으로 향할지 모르는 일이다. 그녀는 순수예술의 방향으로도 나아가고 싶다고 한다. 대중적인 좋아요의 세례로 그녀만의 대중적 색채감은 이미 검증됐다. 그것은 쉽게 행하기 힘든 일이라는 것이 분명하다. 또한, 이 검증과정은 오로지 시각 소비자의 선택이었으므로 더 객관적일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페이스북의 좋아요로 끝나버리기에 그녀의 작업이 보여주는 페이소스는 더 풍부하다. 또한, 색채로 대변되어 나타나는 그녀의 화면은 기존의 미술사에서의 색채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는 작업처럼 보인다. 그녀의 테이핑 회화는 많은 작가의 시도가 이루어질지 모르지만 적어도 그녀가 만들어내는 유기적 색채에서 탄생한 생명력은 그녀만의 탁월한 감각이다. 대중의 선택을 받은 그녀의 테이핑 회화가 미술계에 어떤 화두를 던질 수 있게 될지 궁금하다.




그녀의 작품들...

이미지 출처 : 조윤진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artdini), 조전구 페이지(https://www.facebook.com/jobulb?fref=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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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 미술을 끄적이는 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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