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 어게인 리뷰

2014. 9. 8. 05:22



음악이 던지는 새 출발의 메시지

비긴 어게인을 보고 난 뒤 음악의 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음악은 듣는다는 행위 그리고 그 이상으로 퍼져나가는 힘이 있는게 아닐까?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는 싱어송 라이터로 나온다. 첫 장면에서 그녀가 노래를 부르는 것을 다층적으로 보여준다. 부가적인 반주없이 담담히 그녀가 부르는 'A Step You Can't Take'는 댄(마크 러팔로)의 감각에 의해 여러 반주가 더해지며그 메시지와 진정성을 더 잘 전달할 수 있게 들렸다. 그레타는 남자친구인 데이브(아담 리바인)과 함께 노래와 사랑을 하고 있었다. 데이브는 스타가 되었고 곧 자만심에 휘둘린다. 그는 자기 옆의 진정한 사랑이 아닌 근처의 여성에게 감정을 느끼고 'No One Else Like You'를 작곡하게 되었고 그레타는 단번에 자신을 위해 쓴 곡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평소에 데이브가 하던 말, 습관과 달랐기 때문일까? 그레타는 그길로 집을 나와 친구에게 찾아간다. 그리고 다시 첫 장면이다. 댄의 경우 정신없이 자다 일어나 지나치게 노출도 있는 옷을 입는 반항심 가득한 딸과 만난다. 그리고 나서 회사에 함께 가기도 하고, 술집에 있다가 나오기도 한다. 처음에 이런 상황들 속에서 댄의 찌질한 행동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그는 나락으로 떨어진 것 처럼 보인다. 최고의 음반업체 대표였던 그는 어디에도 없다. 그에게 열정은 차게 식은 국과 같아졌다. 그리고 다시 첫 장면이다. 이 첫 장면은 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것이다. 남자친구에게 버림받은 그레타가 자신의 곡을 대중에게 부르는 장면에서는 그레타의 슬픔, 외로움이 만연하다. 그리고 그 노래를 듣고 새로운 반주를 생각해내는 댄게서 어떤 열정이 되살아난다. 그에게 불씨가 된 그녀의 노래는 이제 두 사람과 그 주변인들에게 '다시 시작하게'만드는 기회를 준다. 댄은 그레타에게 명함을 주고 함께 음악에 대해 논하는 등 시간을 보내고 그레타에게 관심있으면 꼭 전화하라고 한다. 그리고 그레타의 전화가 울렸다.

음반회사와의 이야기는 불발이 되고, 댄은 그레타와 거리에서 생생하게 녹음하려 한다. 그러기 위해 모으는 멤버들 역시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지점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피아노 반주자의 경우에는 발레 클래스에서 연주하고 있었고, 현악기 연주 남매는 따분한 클래식 음악에 지쳐있었다. 그들에게 새 음악으로 환기를 주는 것이다. 그레타와 댄의 관계에는 모호한 분위기가 흐른다. 그것은 이성적 감정이라기보단 차라리 우정에 가깝다. 음악적 동지애가 아닐까 싶다. 댄의 가족사를 알고 나서 그가 왜 딸에게 아내에게 이상하게 행동하는지 이해하는 장면에서 사실 댄에게는 자신의 말을 듣고 이해해줄 동지가 필요했던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댄의 딸은 어렸고 그레타는 그녀에게 많은 조언을 준다. 그리고 함께 연주하자고 초대한다. 모두가 하나되어 연주한다. 그들은 다리 밑에서, 건물 안에서, 골목 골목에서, 옥상에서 녹음한다. 그 순간 영화관은 일종의 공연장 처럼 작용하는 것을 느꼈다. 그 누구도 소리지르지 않지만 그 음악에 다들 취해있었다. 그리고 함께 노래를 하며 연주를 하며 그들은 서로가 가지고 있던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시작한다. 데이브는 전처와 다시 사랑을 꽃피우고, 딸은 지나친 노출을 하지 않고 더 아름답게 꾸미게 되었고, 각자 나름대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한다. 애석하게도 그 중심에는 그레타가 있었고 그녀의 상처는 치유되지 아직 않았다.

하지만 이 순간 조차 영화는 음악이라는 장치를 아주 훌륭히 사용한다. 그레타는 데이브에게 완전히 끝났다는 의미로 'Like a pool'을 불러 보낸다. 하지만 데이브는 그 음악에서 진정성을 발견하고 후회한다. 그리고 둘은 다시 얼굴을 마주본다. 그레타가 자신에게 선물한 'Lost star'을 편곡해 들려주었을때 그레타는 노래가 묻히고 우리의 이야기가 아니게 된다고 말한다. 그것이 이 영화에서 제시하는 음악의 진정성을 반추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레타는 데이브의 공연장에 찾아가고 자신의 노래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얼마나 열광하는지 보게된다. 첫 장면에서 그녀의 노래에 따분해하던 사람들의 반응과는 사뭇달랐다. 그때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공연장에서 나오게 된다. 그것은 감동의 눈물일까 슬픔의 눈물일까. 어떤 한 감정으로 치부하기엔 복잡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레타는 회사와 계약하지 않겠다고 하며 개인적으로 노래를 공개한다. 조금 더 자신의 노래를 여러 관계에서 자유롭게 하고 싶었던 마음이었을까.

극 중 그레타가 부르는 노래들은 마치 우리에게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 같았다. 삭막한 도시 속에서 그들은 연주하고 노래하며 음악을 완성했다. 우리의 순간도 그들 처럼 다시 시작해야만 하는 때가 찾아 올지 모른다. 적어도 그 순간에 두려움에 전전긍긍하기보다. 도전하는 것이 옳다 생각된다. 영화의 제목부터 노래, 이야기까지 잔잔하게 전개되는 내용은 우리의 지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쉬게 만들어 주었다.

by. 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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