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하 RESIZE - 줄이고 줄이다 보면 보이는...(것)
이나하
RESIZE
2018.06.06 - 06.30
ONEROOM
줄이고 줄이다 보면 보이는...(것)
이미지는 수없이 많은 재매개를 통해 유포된다. 더는 이미지가 어디에 종속돼있는지 표현할 수 없고 그 근원지를 알 수 없다. 현실을 기반으로 하는 이미지들이 무분별하게 재매개 될 때 가장 큰 문제가 생긴다. 이미지는 재매개될때 의미의 변화를 겪는다. 오늘날의 이미지는 텅 빈 기호- 얼마든지 의미를 덧붙일 수 있는 기호-가 되었다. 이미지는 섹슈얼 할 수도, 정치적일 수도, 단순히 심미적일 수도 있다. 이미지를 어디서, 어떻게 누가 유포하는지 또는 누가 보는지에 따라 텅 빈 기호에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다. 작가 ‘이나하’는 이런 이미지의 재매개에 대해 회화를 통해 묻는다. 그녀의 작업이 말하는 바는 분명하다. 그녀의 작업이 참조하는 이미지 자체에 대해 논할 필요는 없다. 단 그 이미지를 어떻게 볼 것인지 우리는 분석해야 한다. 그녀의 이미지는 어떻게 보여지고 있는가?
2017060216055185291_1.jpg, 100%(뒤돌아 걸어가는 여자, 뒤돌아서 앞을 돌아보는 여자, 대각선으로 서 있는 여자,
대각선으로 서서 오른쪽 무릎을 살짝 구부린 채 고개를 숙이고 왼손으로 머리를 잡고 있는 여자)
캔버스 위에 아크릴, 286.6 x 726.8 cm, 2018(각 픽셀의 규격은 15.8 x 15.8cm)
‘이나하’작가의 작업은 회화작업이다. 그녀의 작업을 보기 위해 전시장을 가면 색면추상을 볼 수 있다. 일정 크기의 정사각형 색면이 캔버스 안에 랜덤하게 배치되어있다. 도통 무슨 이미지를 표현하려고 했는지 알 수 없다. 전시장 벽 한 면을 통째로 차지하는 큰 작업은 황당한 제목을 가지고 있다. 전시장에서 우리가 그동안 믿어왔던 ‘눈’은 작업을 보는 데 아무 도움을 주지 않는다.
2017060216055185291_1.jpg, 30%(뒤돌아 걸어가는 여자, 뒤돌아서 앞을 돌아보는 여자, 대각선으로 서 있는 여자,
대각선으로 서서 오른쪽 무릎을 살짝 구부린 채 고개를 숙이고 왼손으로 머리를 잡고 있는 여자)
캔버스 위 에아크릴, 94.8x94.8cm, 2018
그녀의 작업을 보는 데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사진을 찍어서 모바일 기기로 본다면 그녀가 표현하려던 이미지에 가까워질 수 있다. (지금 당신이 핸드폰으로 또는 컴퓨터로 보는지 알 수 없지만, 이미지를 축소하면 할수록 원본에 가까워진다) 첫 번째 방법의 쟁점은 이미지의 크기를 줄인다는 것이다. 이미지의 크기를 줄여야 원본에 가까워진다는 것은 작가가 그린 이미지의 정보량이 그만큼 적다는걸 뜻한다. 작가는 마치 데이터의 용량을 줄이듯 이미지의 규격을 축소한다. 실제로 우리가 디스플레이에서 볼 수 있는 픽셀과 달리 작가는 현실 속에 데이터를 구현하기 위해 새로운 규격을 설정한다. 픽셀의 크기는 1호 사이즈 캔버스(15.8cm x 15.8cm)다. 회화는 현실-이미지 규칙의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해왔다. 그런 회화의 가장 작은 규격을 픽셀하나로 사용하면서 데이터-픽셀을 현실로 도입할때 생기는 문제(어떻게 그 많은 픽셀들을 일일히 찍어낼 것인가?)는 소거된다. 그녀는 이미지를 리사이즈한게 아니라 픽셀 자체를 리사이즈한다.
hot-body(11).jpg, 100% (고개를 살짝 옆으로 한 채 오른쪽 무릎을 구부리고 있는 여자)
두 번째로 그녀의 작업을 살피기 위해서 원본을 찾아볼 수 있다. 전시에서 '리사이즈 회화’라고 명명된 시리즈의 이미지는 모두 원본을 구글로 찾을 수 있다. 그녀는 속옷이나 수영복을 입은 여성의 이미지를 사용했다. 두 번째 방법은 너무 간단해서 허탈할 정도다. 이미지의 근원지에 도달 했을 때 우리는 그 이미지가 얼마나 이질적인지 알 수 있다. 그녀는 이미지를 아니 다시 말해 픽셀을 리사이즈함으로써 이미지에 다가가는 단계를 만든다. 그녀의 작업을 방법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볼 것인지는 우리가 선택해야 할 문제다. 그러나 전시된 작업과 찍힌 작업과 그 작업의 원본 이미지를 넘나들면서 우리는 무엇을 이해할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 ‘이나하’의 이미지는 이미지의 유포와 재매개라는 문제를 가상 이미지의 현실적 도입이라는 문제와 연결한다. 이미지는 우리가 디바이스를 킨 후 검색하거나 찾거나 우리에게 다가올 때 계속해서 분열된다. ‘이나하’는 이미지를 현실 속에 다른 규격으로 도입함으로써 바로 그 분열을 중지한다. ‘이나하’가 그려낸 여성의 이미지는 여성의 대상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표현한다. 대상화된 이미지는 현실에서 가시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전시장에서 우리 자신의 ‘눈’을 이용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의 이미지는 대상화의 장소인 디지털-이미지를 통해 가까스로 보이게 된다. 끝으로 다시 묻게 된다. 우리는 무엇을 보아야 하며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by. 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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