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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의 후속작으로 출시된 왕국의 눈물은 같은 세계를 무대로 함에도 다시 꽉 들어찬 모험 요소들로 플레이어의 욕구를 자극한다. 제목부터 살펴보면 '눈물'이라고 직역된 것은 사실 중의적인 단어로서 왕국의 '곡옥'과 '눈물'을 동시에 칭한다. 한반도와 일본열도에서 출토되곤 하는 유물인 '곡옥'은 일종의 장신구인데 그 형태가 마치 물방울과 같이 보이기에 중의적인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게임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 곡옥 형태의 비석과 젤다의 '눈물'이 제목에서 함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왕국의 눈물을 흥미롭게 분석하기 위해서는 우선 크게 두 가지 측면의 분리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메인 스토리를 따라가는 플레이 그리고 두 번째는 스토리와 상관 없이 흐르게 되는..
이자벨 그로 Isabelle Graw 이 글에서 그로우는 회화를 ‘매체 개념’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매체 비특정성, 지표성 그리고 가치에 대한 관점으로 재사유한다. 매체 비특정성을 위해서 저자는 무엇보다 회화가 더 이상 캔버스와 종이를 비롯한 이미지 운반체(Bildträger)위에 그려진 물질적 존재가 아니라 ‘기호 제작의 한 형식’으로 대체된다고 주장한다. 더 구체적으로 여기서 저자가 서술하는 것은 결국 예술가-존재의 부재가 회화라는 기호 제작 형식을 통해 ‘연상 작용’으로 나타나며 바로 이 부재의 자리에서 재차 회화 자신의 유사-주체가 출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성이 바로 회화적 지표성으로 서술된다. 지표성을 통해서 인간 노동-활동의 가치(이른바 주체)가 비로소 회화라는 기호제작 형식(유..
Critical Zones 새로운 지구 정치를 위한 인식법- Painting과 Scanning 사이에서 독일 칼스루에의 ZKM에서 브루노 라투르와 피터 바이벨을 필두로 기획된 전시 ‘크리티컬 존’(Critical Zones)은 2020년 5월 23일부터 2021년 8월 8일까지 총 15개월의 긴 기간 동안 진행되고 있다. 이 전시의 부제는 ‘새로운 지구정치의 지평들’이다. 사실 이 전시가 주장하는 일련의 개념들은 예술학이나 미학적인 논의에서 출발하는 것이 전혀 아니며 오히려 지질학과 생태학의 새로운 연구 방법론을 비롯해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의 앙상블에 대한 말 그대로 새로운 지평을 개괄하는 시도로 읽힌다. 전시 자체에 대해서 논의하기 전에 기획주체들이 담아내려고 한 몇몇 개념들은 어느정도 상세히 설명되..
재현 그리고 배열 그려진 대상과 그 행위의 흔적을 전시장에서 마주하게 되면 이미지를 저장하려는 인간의 욕망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그리기를 포함한 이미지를 생산하는 행위들을 사그라들고 없어질 대상에 대한 선결된 그리움의 제스처로서 해석해볼 수 있다. 그리고 이미지로 변환되기 위해 선택되는 대상으로서 ‘꽃’은 특수한 위치에 서 있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꽃은 수동적 아름다움을 상징해왔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꽃과 아름다움의 상관관계를 통한 수사들은 이렇듯 외형적인 부분과 깊게 연관되어있다. 그리고 이 수동성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생과 사의 경계로서 꽃을 말해볼 수 있다. 이때의 꽃은 생명이 폭발하듯 피어오르고 다시 잠식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상반된 꽃의 속성이 이미지로 박제되는 순간에 ..
강동호 - Nevermore 뭉뚱그린 혹은 뭉개진 것들 우리는 오늘날 무엇을 그려내는가? 비단 회화라는 영역에 국한되지 않은 채 어떤 이미지를 생산해낼 수 있는 수단은 넘쳐난다. 이런 상황 속에서 회화는 가장 원초적인 ‘원작’의 생산 수단으로서 여전히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수많은 미학, 예술 이론에 의해 원작성이란 의심받아 마땅한 개념으로 추락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건 마치 책과 학술대회에서만 가능한 개념처럼 보인다. 오히려 이러한 이론들이 적용되는 장은 불법적인 것과 더 연관되기 쉽다. 오늘날 우리는 원작성이 ‘저작권’이라는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탈바꿈된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런 충돌의 시대에 회화는 무슨 일을 할 수 있는가? 회화는 어떻게 그려질 수 있는..
이나하RESIZE2018.06.06 - 06.30ONEROOM 줄이고 줄이다 보면 보이는...(것) 이미지는 수없이 많은 재매개를 통해 유포된다. 더는 이미지가 어디에 종속돼있는지 표현할 수 없고 그 근원지를 알 수 없다. 현실을 기반으로 하는 이미지들이 무분별하게 재매개 될 때 가장 큰 문제가 생긴다. 이미지는 재매개될때 의미의 변화를 겪는다. 오늘날의 이미지는 텅 빈 기호- 얼마든지 의미를 덧붙일 수 있는 기호-가 되었다. 이미지는 섹슈얼 할 수도, 정치적일 수도, 단순히 심미적일 수도 있다. 이미지를 어디서, 어떻게 누가 유포하는지 또는 누가 보는지에 따라 텅 빈 기호에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다. 작가 ‘이나하’는 이런 이미지의 재매개에 대해 회화를 통해 묻는다. 그녀의 작업이 말하는 바는 분명하다...
금호미술관Flat Land 우리는 3차원 세계에 살고 있다. 이 세계를 2차원으로 압축할 수 있을까? 그 활동을 우리는 단순히 압축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가? 3차원을 2차원으로 변환할때 치명적인 정보손실이 일어난다. 그 정보는 무엇보다도 현실에 '현존'한다는 감각이다. 그러나 이렇게 압축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언제든지 변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컴퓨터 데이터 속 평평한 이미지에서 뿐만 아니라 현실자체를 우리의 심상에 '이미지'화 함으로써 언제나 3차원을 2차원으로 아로새겼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보다 '추상'의 속성 중 하나를 '평평함'으로 따지기도 한다. 그래서 그 무수한 모노크롬 회화들이 주장한 '침묵'과 '수련'과 같은 행위(반)지향적 주제가 추상회화에 담길 수 있었던게 아닐까? ..
원앤제이 +윤향로Screenshot2017. 06.08 ~ 07.06 무한히 반복되는 데이터의 늪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전시'라는 행사를 접하고, 수집하고, 판단한다. 간혹 타임라인을 지나치면서 전시에 대한 기대치를 SNS의 밀도에 맞게 설정하고 있는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타임라인에서 유독 '윤향로'의 전시가 눈에 띄었다. 생각해보니 '아라리오 갤러리'의 전시에서 그녀의 작업을 두 점 보았던 기억이 난다. 털실로 짠 러그와 LED 스크린으로 출력된 이미지였다. 'Screenshot' 전시장에는 아크릴로 그려낸 아주 납작한 이미지가 존재했다. 출력된 형상은 바로 '회화'였다. '유사-회화'라는 문법으로 회화 주변에서 회화에 대해 고민하는 '윤향로' 작가가 왜 직접적인 출력 방법으로 아크릴 회화를 선택했..
두산 갤러리강정석 - GAME 12016.11.23-12.24 전시전경 / 출처 : 두산 갤러리 전시전경 / 출처 : 두산 갤러리 Auto-play 시간의 한계로 쓰이는 이 글은 무언가 ‘제약’을 걸고 제작되던 ‘게임’에 가깝지 않을까 기대한다. 글을 쓰는 ‘나’는 사회와 격리된 신분을 가지고 있다. 결국 ‘나’는 내가 3달 전까지만 해도 현실적으로 살아온 장소를 비현실적 매개체를 통해 접속할 수 밖에 없다. 이때 ‘사회’라는 비균등하고 추상적인 시스템이자 장소는 국가가 되기도 하고 내 집, 인간관계로 나타나기도 한다. 중요한 건 내가 이 사회들을 체감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앞에서 말했듯이 ‘게임’에 접속하는 것과 같다. 위병소를 통과해 플레이어가 된다는 것은 생경한 경험이다. 내게 바깥(그렇게 부를..
변상환 ‘단단하고 청결한 용기’ / ‘서늘한 평화, 차분한 상륙’ ‘스페이스 윌링 앤 딜링’ / ‘MRGG’ 3월 / 8월 조각적 망상과 초록물질들 ‘변상환’ 작가의 3월 개인전 ‘단단하고 청결한 용기’를 보면서 놀랐다. 무엇보다 전시공간을 점거한 초록 물질의 내부와 외부가 서로 반대되는 속성이며, 이로 인해 그 물질의 무게감이 가장되어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변상환’ 작가의 작업은 작년 ‘지금 여기’의 기획전과 ‘굿-즈’에서도 보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2016년 3월 개인전에서 다양한 형태로 전시장에 표류하고 있는 초록 물질을 볼 수 있었다. 그 이후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8월에 ‘변상환’ 작가의 개인전이 또 있다는 소식을 듣고 보러 가게 되었다. 5개월의 시차를 통해 초록 물질이 어떻게 달라졌..